"당리당략에 따른 선심성, 포퓰리즘 예산 배격해야"

예산 심사 시즌이 돌아왔다. 정부가 내민 예산안을 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18일(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들어갔다.

첫날부터 거대양당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소위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방탄을 목적으로 한 일방통행식 예산 삭감은 정부안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부 각 부처를 분풀이식 예산 삭감으로 겁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사용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예산은 삭감한다는 것"이라며 "검경 특별활비가 그랫듯 대통령실 예산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여야가 대치하는 분야는 검찰·감사원 등 특수활동비, 용산공원·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종료, 마음건강 지원 사업, 동해 ‘대왕고래’ 가스전 예산 등이다. 여야 사이의 이견으로 합의가 어려워,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예상되는 분야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거대양당이 대치하고 있는 쟁점 분야는 중요치 않을지 모른다. 지난 10월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9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의하면, 국내 사업체 종사자 증가 폭이 7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치며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민생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숙박 및 음식점업(-2만7천명), 건설업(-2만3천명), 도매 및 소매업(-1만4천명)의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는 수출은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내수 부진,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고금리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판단된다.

우리공화당은 지금까지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나쁜 재정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민생경제를 그대로 방치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정부 예산을 경기부양효과 즉, 고용유발효과가 큰 사업으로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 자료를 보면, 최종 수요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 6.1, 농림어업 14.2, 건설업 7.8,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4.8이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예산 10억원으로 다리를 하나 만들면 (연인원) 7.8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복지 부문에 투자하면 14.8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건설업은 예전만큼 고용창출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고용 창출이 크고, 도소매업이나 건설업에서 실직한 근로자가 그나마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므로 이 부문에 정부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추락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이 조정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 1인당 R&D 지출을 하지만 성과는 미진한 과학기술예산을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를 여야는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예산을 늘리면서, 실효성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예산을 더 투입하도록 해야한다. 2024년 국회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예산 시즌이 되면 전국 곳곳에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이런 현상이 이제 더는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원은 지역의 민원을 들어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결정하는 자리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렬히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일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에게는 하나도 중요치 않을지 모른다"며 "지금 거대양당이 할 일은 당리당략에 따르면서, 자신의 지역구만을 생각하고, 불요불급하고, 포퓰리즘적이고, 하드웨어에 치중된 예산을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라고 역설했다.